양재에서 처음 자취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났다. 5평 남짓한 이 조그만 방을 어떻게 내 공간으로 만들지 고민을 많이 해왔다. 빈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따뜻하고 편한 집이 되어 있었다.
내가 얼마나 게으르냐면, 2년을 미룬 글을 이제야 쓰고 있음 (까지 쓰고, 3월 2일에 다시 쓰는 글..) 원래 이런 얘기도 랜선 집들이에 적나 - 싶은 온갖 TMI가 쏟아질텐데, 나름 읽다보면 재밌을거야. 어쨌든.. 방을 떠나며 쓰는 전용 4.5평짜리 원룸 랜선 집들이 시작합니다.

오늘의집 보면 보통 이런 사진으로 시작하더라. 현관에서 들어오면 왼쪽에 화장실이 있고, 오른쪽에 옷장. 한발짝 더 가면 방이 나오는 공간이다.
현관


먼저 현관. 좁지만 있을건 다 있다. 방을 여러군데 돌아다녔을 때, 이정도 사이즈의 방에 제대로 된 옷장이 빌트인으로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반대쪽에는 신발장과 상부장 수납공간까지 있다. 신발이 사진처럼 잘 정돈되어있는 날은 2년동안 열흘정도 있었던것 같다.
드롭드롭드롭 웰컴매트가 상당히 귀엽다. 의외로 어두운 마룻바닥이랑 잘 어울린다. 처음 이사왔을 때 생일선물로 받았다. 문에는 출근용 가방과 맨날 까먹는 영양제, 사진에는 없지만 접이식 미니우산 같은걸 올려놓았다. 자석 선반은 테무에서 한번 사보았다. 생각보다 퀄리티 괜찮음.


윗칸에는 아우터와 가을겨울 상의들. 아래에는 바지와 가방들을 걸어놨다. 분명히 처음 이사 왔을때는 널널했는데 지금은 옷장이 터지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자리가 없어서 옷을 못사고 있다. 좁은 집의 뜻 밖의 장점. 바지를 저렇게 접어서 거는 바지걸이 완전 추천한다. 보기에도 정돈되어 보이고, 뺐다 걸었다 하는것도 편하다.
오른쪽은 신발장이 있다. 나름 많이 들어간다. 신발 박스들, (페스티벌마다 가져가는)그라운드체어와 돗자리를 넣어놨다. 그 위에는 수건을 넣어놓는 수납함과 모자들을 올려두었다. 테무에서 자석 선반 살 때 벽에 스티커로 붙이는 모자걸이 같은거를 사서 붙여 놨었다. 근데 자꾸 떨어져서, 불편하지만 따로 둘 곳이 없어서 그냥 수납함 위에 모자들을 올려두고 살았다.
네트망은 다이소 꺼. 씻고 나와서 곧바로 바를 것들을 올려두었다. 이거는 해둔지 몇 주 안됨. 아래에서 소개할 화장대에 공간이 부족해서 토너나 수분크림만 여기로 옮겨왔다. 나름 공간 활용을 잘 한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이 공간에 딱 맞는 쓰레기통을 찾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가로 길이도 딱 맞고 세로 길이도 딱 맞음. 다이소에서 개당 2000원인가에 샀다. 왼쪽은 재활용, 오른쪽은 일반쓰레기. 근데 보통은 배달시킬 때 받은 비닐봉투에 온갖 플라스틱을 담아서 버리게 된다.
화장실
생각해보니까 화장실 사진을 깜빡하고 아무것도 안찍었다. 이미 이사를 와버려서 다시 찍을 수가 없다. 말로 열심히 대충 떼워보겠음. 문에서 딱 보면 앞에 세면대가 있고, 그 위에 거울이 있다. 수납공간이 있는 거울은 아니고 그냥 판때기 거울이다. 다이소와 여기저기서 산 거울 부착형 칫솔걸이, 면도기걸이, 치약꽂이를 거울에 붙여서 쓰고 있다. 그리고 그 세면대 왼쪽에는 변기가 있는 구조.
샤워부스가 따로 있지는 않고 세면대에 샤워호스가 함께 있다. 처음엔 불편할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전혀 불편한거 없음. 오히려 청소하기 편하다. 거울을 보고 오른쪽 벽면에는 샤워기 걸이가 있고 반대편 왼쪽 벽면에는 수건걸이가 있다. 그래서 샤워할때 수건이 젖는 일도 없었다. 왼쪽 끝 모서리에는 3단 선반이 조그맣게 있다. 샤워할때 휴대폰 세워놓고 노래도 틀어놓을 수 있다.
주방
주방도 사진을 하나도 안찍었다. 화장실은 사진 찍을게 없어서 그랬다 친다면.. 주방은 내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사실 주방 공간은 내 손이 닿은 곳이 별로 없고 오히려 엄마가 더 관심이 많았다. “살림할때 이런거 필요하다, 싱크대에 곰팡이 스니까 이런 스테인리스 배수구 껴놔라.. 이런거 걸어놔서 청소할 때 써라..” 그래서 처음에 엄마가 세팅해준 상태 거의 그대로다.

이사오기 전에 청소하면서 찍은 타임랩스로 대체. 수납이 나름 빵빵하다. 애초에 그릇도 별로 없어서 넉넉했음. 냄비(겸 후라이팬) 하나, 납작한 그릇 두개, 보울 한개. 수저 두 세트, 포크 하나. 이것만으로 2년을 살았다. 냉장고 사이즈도 처음에는 작지 않나 싶었는데 살아보니 딱 맞았다.

처음에 보고 깜짝 놀랐던 버건디색 싱크대장은 이렇게 시트지로 (엄마가) 잘 가렸다. 음식물쓰레기 봉투는 1리터, 종량제는 2L짜리 쓰면 딱이다. 자두를 먹고 남은 플라스틱 통이 음식물쓰레기 봉투와 크기가 딱 맞아서, 통 안에 봉투를 넣고 냉동실에 보관해놓고 버렸다. 처음에는 읭스러웠는데 원룸 살면 다들 이렇게 하는 것 같긴함.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무언가 덕지덕지 붙은 냉장고. 엽서나 자석들 외에도 무언가 입체감 있는 것들이 붙어있으니 꽉 차있는 느낌이 든다. 냉장고 위에는 전자레인지 장이 있다. 쿠팡에서 3-4만원 하는거 사서 쓰고 있다. 다이얼을 돌리는 형식이라 10초 20초 돌릴 때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그냥 대충 타닥타닥 튀는 소리가 나면 꺼내면 된다.
거실 겸 밥먹는곳 겸 일하는곳

잘 때 빼고 항상 앉아있는 곳. 4.5평 원룸에도 거실은 있다. 이사를 결정하고나서 가장 먼저 식탁을 알아보았다. 침대 넣을 공간을 빼면 남는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말 알차게 써야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체리몰딩과 진한색의 마룻바닥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월넛 가구들로 알아보았다.
좁은 곳에서 넓어보이게 쓸 수 있는 반원형 식탁으로 골랐다. 그에 잘어울리는 의자도 찾았다. 레트로한 느낌의 의자인데 너무 이쁘다!! 이거 오늘의집에서 검색 잘 안되는건데 그래서 더 뿌듯하다. 건너편에는 이것저것 비슷한 색깔의 수납벤치를 두었다. 꺼낼일이 없는 빈 박스들을 넣어놓았다. 손님들 올때 두명까지 앉을 수 있다. 의자 포함하면 총 세명. 그래서 이 집에 세명 이상 온 적이 없다.

우리집 오브제 1호 일광전구 스노우를 들였다. 누나가 집들이 선물로 사줌.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사진 찍을 때 별게 없어도 조명 하나 두면 이뻐보인다.
기타는 사진 찍을 때만 잠깐 꺼내서 놓았다. 집에 베이스 하나 있을때는 항상 A자 스탠드에 기대놓았는데, 기타를 사고 난뒤에는 자리가 없어서 항상 케이스안에 넣어 겹쳐 두었다.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면 항상 꺼내놓으리 다짐을 했다.

팀 리더에게 아이패드 12.9짜리를 저렴하게 샀다. 밥친구 용으로 쓰는 넷플릭스 머신인데 백만원 가까이 해서 돈이 아깝다. 조만간 당근에 올릴 생각이다. 아이패드용 모니터암을 별도로 구매했다. 저게 6만원이나 함. 자석으로 붙는거라 깔끔하니 이쁘다.
이 공간의 포인트, 오늘의집에서 산 아크릴 LP선반을 걸었다. 자연자연 초록초록한 앨범아트 바이닐과 DMZ피스트레인에서 가져온 슬로건을 걸어놓았다. 산울림 2집 저거는 비닐 뜯지도 않음. LP 아래 걸려있는 슬로건은 기분따라 바뀐다.


이 때는 잔나비였다. 막 더글로우에서 잔나비 공연을 보고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한창 야구 열심히 볼 때는 엘지트윈스 수건을 걸어놓았다. 오른쪽 사진은 이사 온지 얼마 안됐을 때였던 것 같다. 우드 인테리어에 빠질 수 없는 화분을 몇개 갖다 둔적이 있었다. 햇빛이 오후에 2-3시간 드는 남서향이라 그랬는지 몇달 안 가 시들어버렸다.
조명은 집에 있던 조명을 들고 왔다. 집 앞 뉴코아 모던하우스에서 샀다고 함. 항상 벽 쪽을 보도록 간접 조명으로 쓰고 있다. 보통은 저거 하나만 켜고 있다. 집 천장등을 거의 안 켜고 살았다.
어쨌든 일할 때도 여기서 일하고 밥먹을때도 여기서 먹었다. 바로 뒤 쪽에 주방이 있어서 밥먹고 바로 싱크대로 그릇 가져가기 편하다. 집이 좁아서 뭐든 안그러겠냐만.

식탁 아래에 딱 맞는 선반을 또 찾았다. 건전지가 들어가는 미니 베이스 앰프를 두었다. 베이스를 꺼내서 바로 연결하기에 편하다. 좁은 곳에서 기타를 들다가 식탁을 종종 찍어서 잔기스가 좀 있다. 맨 아래 칸에는 원래 사용하던 미니 페달보드가 쏙 들어갔다. 그 때 찍어둔 사진이 없네. 몇 안되는 책들과 큐티책, 나름 잘 어울리는거로 골라본 오렌지 멀티탭을 두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구로 최대한 뽑아낸 것 같아 굉장히 뿌듯하다.
침대
침실은 아니고 침대. 식탁 오른쪽에 바로 침대가 있다. 여유공간은 거의 없다. 여기는 설명할게 뭐 별로 없음.


낮은 저상형 침대를 샀다. 집이 좁을수록 수납침대는 안된다고 생각함. 서랍을 열 공간도 없을 뿐더러, 높이가 있어서 집이 더 좁아보이는 느낌일 것 같다. 원래는 저렴한 갈빗살 같은 상판을 샀었는데, 사서 놓자마자 나무에서 빠직 소리가 나고 그래서.. 바로 제대로 된 침대를 하나 샀다. 매우 만족한다. 색깔도 잘 어울리고, 낮지만 바닥에 붙어있지는 않은 딱 적절한 높이이다.
매트리스는 싱글, 침대 프레임은 슈퍼싱글. 집이 좁아서 싱글 매트리스로 골랐다. 좁을까 걱정했지만 군대 침대보다 무려 10cm나 넓다. 침대 프레임도 싱글로 찾아봤지만 슈퍼싱글밖에 없더라. 결과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원목 프레임이 조금 나와있는게 더 이쁘고, 매트리스를 벽에서 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침대 헤드처럼 사용하는 배게와 쿠션은 집에서 가져왔다. 커버 색상이 집 무드와 나름 어울린다. 작은 쿠션은 보통 사진처럼 가지런하게 놓여있지는 않고, 벽과 매트리스 사이 공간에 껴놓았다. 겨울에는 외풍 들어서 춥더라.

정면에서 보면 이런 느낌. 사진 찍겠다고 해가 가장 잘 드는 시간을 기다렸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에는 블라인드를 안내리고 자는데, 아침에 눈 떴을때 창문으로 딱 보이는 파란 하늘이 기분이 좋다. 알람으로 깨는것보다 햇빛으로 깨는게 훨신 하루가 건강해지는 느낌. 이불은 오늘의집에서 싼거 아무거나 산거 같은데 뭐였는지 기억은 잘 안난다.
무선 청소기는 엄마가 사줬다. 글 쓰면서 보니 나는 쓰잘데기없는 꾸미는거에만 관심있고 살림살이는 엄마가 다 해줬네. 덕분에 먼지는 조금 마시며 이렇게 잘 살아있다^^
화장대와 턴테이블 선반

원래 이곳은 벽에 붙박이로 있는 책상이었다. 인터넷 공유기와 기본 옵션으로 주는 TV와 의자가 놓여있었다. TV는 어차피 안볼 것 같아서 의자와 함께 입주할때 빼놓았다.
책상 아래에는 쿠팡에서 산 서랍장. 플라스틱으로 된건데, 나름 라탄 무늬도 있고 디자인은 이쁘다. 양말과 속옷, 이너, 반팔티 등을 넣었다. 공유기와 드라이기는 선반 위 책상 아래에 잘 가려두었다. 만족 포인트. 그 오른쪽 빈 공간에는 빨래 바구니와 건조대가 쏙 들어간다.

씻고 나오면 침대 끝에 앉아서 드라이를 한다. 살짝 높은데 허리를 펴면 높이가 딱 맞춰진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에 머리카락이 엄청 떨어져있다. 침대 사이에 건조대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딱 나와서 빨래도 여기서 널어놓는다.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는 청소기를 자주 돌렸다.

턴테이블과 마샬 앰프, 오아시스 포스터. 이 집 컨셉의 전부다. 여기가 생각보다 사이즈가 안나와서 고민을 많이 했다. 블루투스가 안되는 턴테이블이어서 스피커와 가까이 둬야하는데, LP들도 둘 공간이 안나오고.. 멀티탭과 전선들도 있어야 한다.
모니터 선반 같은걸 하나 사서 턴테이블을 위에 올려두었다. 그 뒤에 LP들을 ㄱ자 북엔드랑 같이 세워두고, 선반 아래 공간에 멀티탭을 쑤셔 넣어서 완성.



오늘의집 콘텐츠나 인테리어 인스타그램들 보면 왜 맨날 똑같은 부분 다른 각도로 찍어 올리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나도 그렇게 되더라. 뭐 하나 바꿔놓고 혼자 뿌듯해서 사진 찍고 막 그런다. LP 새로 살 때마다 특히 그럼.
이사


2년동안 지내던 도곡르비앙을 떠났다(2026.02.25). 그사이에 짐이 많이 늘었더라. 침대까지 전부 옮기고 완전히 처음 본 모습으로 돌아온 집에서 급하게 하나 찍었다. (뒷머리가 많이 너저분하지만 참고 길러야겠다)
가구가 없는 상태에서 처음 집을 보러 왔을때는 조금 착잡했는데, 내 취향들로 하나둘씩 채워넣다보니 애정이 생기고 “내 집”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집에 있는게 싫어서 주말마다 본가에 가는 케이스도 여럿 봤는데, 나는 그럴 필요가 없는 마음이었다. 나에게 이 작은 공간을 주셔서 감사, 내가 이 작은 공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 (끝)
